
중국 저장성 이우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생활용품 도매시장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이우는 단순한 ‘세계의 잡화 시장’을 넘어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 무역도시로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이우 국제상무성 내 글로벌 디지털 무역센터를 방문하면 드론과 로봇 개, 웨어러블 로봇 등 첨단 기술 제품은 물론 AI 내비게이션, 디지털 점원, 실시간 번역 시스템 등 다양한 디지털 서비스를 쉽게 접할 수 있다. 과거의 전통적인 도매시장 이미지를 떠올렸다면 전혀 다른 풍경에 놀라게 된다.
젊은 창업자들이 이끄는 새로운 이우
이우의 6세대 시장으로 불리는 글로벌 디지털 무역센터 입주 기업의 절반 이상은 창업가 2세, 상인 2세, 신세대 창업자들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과거처럼 매장에서 고객을 기다리는 방식에서 벗어나 라이브커머스와 숏폼 영상, SNS 마케팅을 적극 활용해 전 세계 소비자를 대상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젊은 세대는 새로운 소비 트렌드와 기술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며 시장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AI가 바꾼 주얼리 산업의 업무 방식
글로벌 디지털 무역센터 1층에는 최신 트렌드 장신구와 액세서리 전문 매장이 즐비하다. 장신구 브랜드 줘헝주얼리의 대표 린무윈 씨는 컴퓨터 화면을 보여주며 AI를 활용한 상품 제작 과정을 설명했다.
과거에는 모델을 섭외해 촬영한 뒤 사진을 보정해야 했기 때문에 이미지 한 장당 수십 위안에서 100위안 이상의 비용이 발생했고, 완성까지 1~2주가 걸렸다. 하지만 현재는 AI가 자동으로 상품 이미지와 홍보 영상을 생성해 준다.
매일 평균 100종의 신상품을 출시하는 이 업체는 이를 위해 약 500장의 이미지와 200개의 영상을 국내외 플랫폼에 업로드하고 있다. AI 덕분에 방대한 콘텐츠 제작이 가능해진 것이다.
세계 장신구 산업 중심지 이우
이우는 세계 최대 규모의 패션 액세서리 생산 및 유통 거점 가운데 하나다. 현재 장신구 관련 기업 8,000여 개, 제조업체 3,000여 개가 밀집해 있으며 중국 내 시장 점유율은 약 66%, 세계 시장 점유율은 40%에 달한다.
특히 하루 평균 약 1만 종의 신규 장신구가 시장에 출시되고 있어 상품 사진과 영상 등 시각 콘텐츠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 촬영 방식은 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요돼 중소기업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해 왔다.
차이나모바일의 AI 플랫폼 ‘AI·EC 싱찬’
이 같은 업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 이동통신사인 차이나모바일 저장 지사는 주얼리 산업 전용 AI 플랫폼 ‘AI·EC 싱찬(星璨)’을 개발했다.
이 플랫폼은 주얼리 산업의 대규모 멀티모달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학습돼 업계의 디자인 감성과 소비자 취향에 최적화된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다.
또한 클라우드 컴퓨팅과 통신 네트워크 기술을 결합해 대규모 동시 접속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콘텐츠 생성 서비스를 제공한다. 중소기업들이 손쉽게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컴퓨팅 자원 지원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신상품 제작 시간 90% 이상 단축
현재 이우의 주요 장신구 업체들은 이미 ‘AI·EC 싱찬’을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 플랫폼은 클릭 한 번으로 제품 단독 이미지부터 모델 착용 이미지까지 다양한 마케팅용 콘텐츠를 자동 생성한다.
인기 상품 이미지 세트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1분에 불과하다. 기존에는 약 10일이 필요했던 작업이 사실상 실시간 수준으로 단축된 셈이다.
또한 생성된 고해상도 이미지와 영상은 중국 대표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Taobao, Douyin, Pinduoduo 등에 바로 업로드할 수 있어 상품 출시 속도를 크게 높여주고 있다.
린 대표는 “업무 효율은 90% 향상됐고, 비용은 96% 절감됐다”라며 “고객 충성도도 높아져 지난해 온라인 거래처 수가 12% 증가했다”라고 말했다.
디지털 무역도시로 진화하는 이우
한때 ‘세계 최대 도매시장’으로 불렸던 이우는 이제 AI와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성장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장신구 산업처럼 신상품 출시 주기가 짧고 시각 콘텐츠 수요가 큰 업종에서는 AI가 생산성과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핵심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이우의 사례는 AI가 단순한 업무 보조 도구를 넘어 전통 제조·유통 산업의 구조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