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도시 청년들 사이에서 새로운 피트니스 열풍이 불고 있다. 주인공은 독일에서 시작된 피트니스 레이스 ‘하이록스’다. 단순한 헬스 운동을 넘어 경쟁과 도전, 그리고 새로운 인간관계를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스포츠로 자리 잡으며 빠르게 인기를 확대하고 있다.
베이징 차오양구의 한 피트니스센터. 금융업계에 종사하는 왕카이(31) 씨는 퇴근 후 곧바로 체육관으로 향한다. 운동복으로 갈아입은 뒤 썰매 밀기, 로잉, 달리기 등의 훈련을 이어가다 보면 어느새 2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과거에는 퇴근 후 집에서 스마트폰을 보거나 드라마를 시청하며 시간을 보냈지만, 이제는 거의 매일 체육관을 찾아 하이록스 대회를 준비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하이록스는 8km 달리기와 8개의 기능성 운동 종목을 결합한 피트니스 레이스다. 참가자는 달리기 구간과 함께 썰매 밀기, 썰매 끌기, 월볼(Wall Ball) 등 다양한 운동을 순차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일종의 ‘실사판 미션 게임’과 같은 형태로, 체력과 지구력, 정신력을 동시에 요구하는 것이 특징이다.
2017년 독일에서 처음 시작된 하이록스는 빠르게 세계적인 스포츠 이벤트로 성장했다. 글로벌 경제 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에서 80회 이상의 하이록스 대회가 개최됐으며, 관련 매출은 약 1억 3,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2026년 매출이 2억 2,000만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

중국 내 인기도 뜨겁다. 지난 5월 상하이에서 열린 하이록스 대회에는 1만 명이 넘는 참가자가 몰렸다. 참가비가 600위안(약 11만~12만 원) 이상임에도 인기 종목은 조기 마감됐다. SNS에는 결승선을 통과한 뒤 완주 종을 울리는 영상이 잇따라 올라오며 높은 조회 수를 기록했다.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돈을 내고 스스로를 괴롭히는 운동이지만 다음 대회도 반드시 참가할 것”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퍼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하이록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트레일러닝, 피클볼, 스포츠 클라이밍, 크로스핏 등 경쟁 요소와 체험성, 커뮤니티 기능을 갖춘 신흥 스포츠가 중국 청년층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제 ‘퇴근 후 운동이 아닌 대회 준비 훈련을 한다’는 것이 도시 청년들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열풍의 가장 큰 이유로 스트레스 해소를 꼽는다.
하이록스 공식 코치인 샤위는 참가자의 상당수가 금융, 인터넷,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등 고강도 업무 환경에 종사하는 25~40세 직장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록 향상도 중요하지만, 참가자들이 진정으로 매력을 느끼는 부분은 고강도 운동을 통한 감정 해소와 완주 후 느끼는 강한 성취감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이유는 사회적 관계 형성이다.
상하이의 한 하이록스 트레이닝 캠프에 참가한 27세 직장인 장린은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으로 시작했지만, 지금까지 계속 운동을 이어갈 수 있었던 이유는 함께 훈련하는 친구들 때문이라고 말했다.
캠프에는 변호사, 프로그래머, 교사, 창업가 등 다양한 직업군이 모인다. 운동이 끝난 뒤에는 대회 이야기를 나누고 주말에는 함께 식사하며 자연스럽게 친분을 쌓는다. 학교를 졸업한 이후 새로운 친구를 만들기 어려웠지만, 운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인간관계가 형성된다는 점이 큰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청년들의 소비 패턴 역시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명품이나 운동화 같은 실물 소비가 주류였다면, 최근에는 대회 참가비와 트레이닝 프로그램, 스포츠 여행 등 경험 중심 소비의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정기적으로 스포츠 훈련에 참여하는 인구 비율은 전체 인구의 40%에 육박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스포츠 관련 소비시장도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번 하이록스 열풍은 단순한 운동 유행을 넘어, 중국 청년들이 건강과 성취감, 그리고 새로운 인간관계를 동시에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 변화의 한 단면으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