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지금/트 랜 드

중국 청년들은 왜 돈을 내고 함께 산을 오를까?

스콜레 2026. 6. 16. 01:13
중국에서는 등산·여행·식사 등을 함께하는 유료 동행 서비스가 새로운 소비 트렌드이자 청년층의 수익 모델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 중국에서 급성장하는 ‘동행 경제’, 유료 동행 서비스 시장 500억 위안 돌파


중국에서 돈을 받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이른바 ‘동행 경제(陪伴经济)’가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단순한 관광 가이드나 운동 코치를 넘어 등산, 러닝, 여행, 식사 동행까지 다양한 형태의 유료 동행 서비스가 등장하며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최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등산 동행(陪爬)’을 비롯해 러닝 파트너, 여행 동행, 심지어 훠궈를 함께 먹어주는 식사 동행 서비스까지 등장했다. 과거에는 친구나 가족이 자연스럽게 제공하던 동행과 정서적 교류가 이제는 하나의 유료 서비스로 거래되고 있는 셈이다.

서비스 제공자의 상당수는 대학생이나 프리랜서, 단기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SNS를 통해 자신을 홍보하며 대화 상대, 정서적 위안, 운동 보조, 여행 가이드 등의 역할을 제공한다고 소개한다. 중국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이를 ‘정서적 가치(情绪价值)’를 제공하는 서비스라고 부른다.

관련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공식 통계는 없지만 중국 국영매체가 인용한 업계 추산에 따르면 중국의 동행 경제 시장 규모는 2025년 약 500억 위안(약 9조 5,000억 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의 배경으로 중국 도시사회의 변화와 정서 소비의 확대를 꼽는다.

최근 중국의 젊은 직장인들은 고향과 가족을 떠나 대도시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장시간 노동과 치열한 경쟁이 더해지면서 기존의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그 결과 외로움을 해소하고 정서적 안정감을 얻기 위한 소비가 새로운 시장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중국의 청년 실업 문제 역시 동행 경제 성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대학 졸업생과 청년층이 배달, 차량 호출 서비스, 온라인 플랫폼 기반 업무와 함께 새로운 수입원을 찾으면서 동행 서비스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중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현재 중국에는 2억 명이 넘는 유연근무 종사자(Flexible Worker)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동행 서비스 역시 이러한 플랫폼 경제의 한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산둥성에서 운영되는 등산 동행 서비스다.

2022년 군 복무를 마친 천원싱 씨는 풍부한 등산 경험을 바탕으로 등산 동행 회사를 설립했다. 그는 등산 동행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것을 확인하고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창업 초기 10명도 채 되지 않았던 팀은 현재 약 370명 규모로 성장했다. 산둥성 최고봉인 태산 등반에 동행하는 서비스의 경우 낮 시간 기준 800위안(약 15만 원)을 받고 있다.

여행 동행 서비스 역시 인기다.

광시좡족자치구 계림에 거주하는 대학생 탕쥔싱은 여행 동행과 운전 서비스를 통해 부수입을 올리고 있다. 그는 대학교수의 장거리 자동차 여행을 도와준 경험을 계기로 여행 동행이 하나의 수익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유료 동행 서비스의 가장 큰 매력으로 ‘예측 가능한 관계’를 꼽는다.

심리치료사이자 시장조사기관 책임자인 새미 웡은 현대 사회가 점점 더 복잡하고 불확실해지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방식의 소통과 동행을 얻을 수 있는 서비스에 매력을 느낀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인간관계 형성에 많은 시간과 감정적 에너지가 필요한 시대일수록, 명확한 조건과 역할이 정해진 동행 서비스가 이용자들에게 일종의 안정감과 통제감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동행 경제는 단순한 아르바이트나 생활 서비스의 범위를 넘어 현대 도시사회가 안고 있는 외로움, 정서적 욕구, 그리고 새로운 노동 형태가 결합한 현상으로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