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 불교의 최고 지도자인 제14대 달라이 라마는 2일, 자신의 후계자 선정을 둘러싼 입장을 공식 발표하며, ‘윤회전생(輪廻転生)’ 제도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는 또한, 자신이 설립한 비영리 단체가 후계자 환생을 인정할 유일한 권한을 갖고 있으며, 중국 정부의 개입은 일절 인정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오는 6일이면 90세를 맞는 달라이 라마는 인도 다람살라에서 열린 생일 축하 행사 도중, 이 같은 방침을 밝혔다.
그는 성명을 통해 “달라이 라마 체제(환생 제도)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며, 전통과 제도의 계승을 위해 자신이 설립한 비영리 단체 ‘간덴 포당 재단’이 티베트 불교 전통에 정통한 종교 지도자들과 협의하여 환생 여부를 판단할 단독 권한을 지닌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사안에 간섭할 수 있는 자는 그 누구도 없다”라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中 “후계 승인은 중국 정부 권한”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즉각 반발했다. 외교부 대변인은 같은 날 정례 브리핑에서 “달라이 라마의 후계 승인은 중국 정부가 반드시 주도해야 한다”라고 주장하며, “달라이 라마 계승은 중국의 법률, 규정, 종교 의례, 역사적 관행을 따라야 한다”라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해외로 망명한 달라이 라마를 분리주의자로 간주하고 있으며, 그 후계 구도에도 적극 개입하려는 태도를 보여왔다.
“후계자, 성별·국적 무관”… 아직 지침은 없어
간덴 포당 재단의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달라이 라마의 건강은 양호하며, 아직 후계자에 대한 구체적인 서면 지침은 발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차기 후계자는 성별에 제한이 없으며, 국적 또한 반드시 티베트일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중앙 티베트 행정부(망명 정부) 수반 펜파 체링(Penpa Tsering) 총리 역시, 달라이 라마의 건강이 허락하고 중국 측이 이를 방해하지 않는다면, 달라이 라마가 다시 티베트를 방문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달라이 라마의 이번 발표는, 후계자를 둘러싼 국제적 관심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의 정치적 간섭을 견제하고, 종교적 전통과 자주성을 지키기 위한 강력한 메시지를 발신한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