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은하항천(银河航天)’의 ‘방주실험실’에 들어서면, 청정도 클래스 10만 등급의 클린룸 내에서 자동 용접기가 밀리볼트(mV) 단위의 전압 정밀도로 플렉시블 태양전지 셀을 용접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옆에서는 자동 칩 장착기가 0.05밀리미터 단위의 정밀도로 전지 셀을 플렉시블 기판에 삽입해, 매미 날개처럼 얇은 태양전지 패널을 제조하고 있다.
은하항천은 기존의 수작업 위주 주문형 위성 제작 방식을 디지털화된 생산 라인으로 전환하면서, 연간 150기의 위성 생산 체제를 실현했다. 이는 13년 전 세계 전체 연간 위성 발사 수에 맞먹는 수준이다.
2023년 3월, 산시성 타이위안 위성발사센터에서는 간섭합성개구레이다(InSAR)를 탑재한 위성 4기가 발사됐다. 이들 위성은 중심축을 기준으로 회전하는 주위성과, 타원형 ‘수레바퀴’ 형태로 균일하게 배치되어 주위성을 따라 공전하는 3기의 부위성으로 구성된 ‘수레바퀴 편대’ 형식으로 구성됐다. 이러한 편대 형식의 발사는 세계 최초로, 국제 우주산업계가 중국 민간 우주기술의 체계적 혁신 역량을 주목하는 계기가 되었다.
은하항천의 위성 제작 엔지니어인 쑨펑펑 씨는 “일반적인 SAR 위성의 개발 기간은 수년이 소요되지만, 당사는 디지털 트윈 기술과 펄스 생산 라인을 도입해 위성 1기의 개발 기간을 4개월로 단축했다”라며 “현재 연간 150기의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자동차 생산 방식과 유사한 모듈화 생산 체제를 도입했고, 전기 배선도 자동 검사 시스템으로 관리된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생산 효율성 향상의 배경에는 공급망 구조의 재편이 있었다. 2018년 첫 위성 개발을 시작했을 당시 은하항천의 공급망 참여 기업은 약 100곳에 불과했고, 대부분 전통적인 우주 관련 업체들이었다.
공급망 총괄인 황즈더 씨는 “한 기업을 인증 공급업체로 육성하기 위해 기술팀이 장기간 해당 공장에 상주하며 실시간으로 기술 수정을 거듭해 제품 안정화를 달성했다”라고 회고했다.
현재 은하항천의 공급망은 1,300개사를 넘어섰으며, 이 중 절반 이상이 민간 기업이다. 한 베어링 제조업체와는 우주선에 사용할 수 있는 경량 소재를 공동 개발하며 자사 제품의 부가가치를 크게 높이기도 했다. 황 씨는 “단순한 조달을 넘어 산업사슬 전반을 끌어들이며 기술 고도화를 함께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2024년 11월에 인도된 은하항천의 SAR 위성 8기는 현재 하나의 네트워크를 구성해 지구 상공을 공전하며, 지표면의 밀리미터 단위 지각 변동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은하항천이 개발한 ‘수레바퀴 편대’ 기술은 위성이 해발 500km 고도를 초속 7km 속도로 비행하는 와중에도 수십 미터 이내의 정밀도로 편대를 유지할 수 있게 한다.
SAR 수석 설계자인 둔샤오 씨는 “이를 자동차에 비유하자면, 고속도로에서 4대의 차량이 머리카락 한 가닥만큼의 오차도 없이 같은 속도와 간격으로 주행하는 것과 같다”라며 “이 같은 정밀도로 인해 중국의 지질 재해 조기경보와 해양 모니터링 분야에서 실시간 데이터 수집 능력이 대폭 향상되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