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공산당 총서기이자 국가주석인 시진핑이 6월 8일부터 9일까지 북한을 방문한다. 시 주석의 방북은 7년 만이다. 이번 방문에는 여러 ‘이례적인 측면’이 두드러진다고 홍콩 매체 홍콩01이 보도했다.
2026년에 들어 중국 중앙정부는 이른바 ‘외국 귀빈 접견 성수기’를 맞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중국을 방문한 외국 정상급 인사를 비롯한 정부 고위 인사는 10명을 넘어섰다. 시 주석이 올해 상반기 외국 방문 일정을 잡지 않았던 것도 이러한 접견 업무가 매우 바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최근 시 주석의 북한 방문이 공식 발표됐다. 앞으로도 중국은 외국 정상과 고위급 인사들의 방문을 잇달아 맞이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 와중에 최고지도자가 직접 북한을 찾게 된 것이다.
더욱이 중국 고위 지도자의 해외 방문은 일반적으로 여러 국가를 함께 순방하는 경우가 많다. 한 차례 순방을 통해 여러 나라를 방문함으로써 외교적 성과를 보다 효율적으로 거두려는 목적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시 주석의 방문국은 북한 한 곳뿐이다. 또한 이번 방북 업무를 담당한 기관은 중국 정부 외교부가 아니라 중국공산당의 대외 외교를 담당하는 중앙 대외연락부였다.
중국에서는 통상 동일 인물이 국가 최고지도자인 국가주석과 공산당 최고지도자인 총서기를 겸임한다. 국가를 대표하는 활동에는 ‘국가주석’ 직함이, 당을 대표하는 활동에는 ‘총서기’ 직함이 사용된다. 외교 활동에서는 보통 국가주석 직함이 사용되지만, 신화통신을 비롯한 중국 관영매체들은 현재까지 ‘당 총서기’라는 직함을 사용하고 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올해 4월 북한을 방문해 시 주석 방북의 사전 정지 작업을 진행했다. 당시 왕 부장은 올해가 ‘중조우호협력상호원조조약’ 체결 65주년이 되는 해라며 일련의 기념행사를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 주석의 이번 방북 역시 이러한 기념행사의 일환이다.
문제는 5년 전 조약 체결 60주년 당시 중국과 북한이 대규모 기념행사를 개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더 거슬러 올라가 2016년 7월 11일 조약 체결 55주년 때에도 시진핑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축전만 주고받았을 뿐 별도의 대규모 행사는 열리지 않았다. 양측이 이번에 조약 체결 65주년을 유난히 강조하는 것은 최근 수년간 보기 어려웠던 움직임이라는 의미다.
그 배경에는 중국이 김정은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전략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조우호협력상호원조조약의 핵심 내용은 공동방위 조항이다. 조약에는 “일방 체약국이 어느 국가 또는 국가연합으로부터 무력 공격을 받아 전쟁 상태에 돌입할 경우, 상대 체약국은 즉시 가능한 모든 군사적·기타 지원을 제공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이 조약은 1961년 체결 이후 자동 연장돼 왔으며, 중국이 북한에 군사적 보호를 제공하는 제도적 보장으로 간주돼 왔다. 이는 미국·한국 군사동맹과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역할을 해왔다.
북한은 오랜 기간 중국의 지원에 의존해 왔다. 중국은 북한의 안보 위협을 완화해 주는 ‘우방국’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러나 아무런 대가 없이 타국의 친구로만 남는 국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시진핑 정권은 국가 통일과 민족 부흥을 핵심 구호로 내세우고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대만 통일이다. 중국이 대만과의 통일을 강행할 경우 미중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에게 북한은 과거 어느 때보다 중요한 군사적 협력 대상이 되고 있다.
만약 미중 충돌이 현실화된다면 북한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수 있다. 전시 상황에서 일본·미국·한국의 군사동맹이 모든 역량을 중국에 집중하지 못하도록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전력은 미국의 ‘제1도련선 전략’에 대한 비대칭적 억제 수단이 될 수 있다. 결정적인 시점에는 북한이 일본과 한국을 직접 위협함으로써 주일미군과 주한미군을 견제하는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미국의 강력한 제재를 받는 북한으로서는 중국의 요구를 외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이 가장 강력한 군사적 지원을 필요로 하는 순간, 즉 국가 통일과 민족 부흥이라는 목표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북한은 조약상 의무를 근거로 중국을 군사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국가라는 것이다.
중국이 중조우호협력상호원조조약을 더욱 중시하는 이유는 현실적으로 북한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전략적 이익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조약 체결 65주년을 강조하는 것도 양국이 처한 국제 환경이 언제든지 이 조약의 발동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음을 북한 측에 상기시키려는 의도가 있다는 설명이다.
더 중요한 변화는 북한이 지난 3월 최고인민회의에서 새로운 헌법을 통과시키며 김정은이 제시한 ‘적대적 두 국가론’을 제도적으로 구현했다는 점이다. 새 헌법은 ‘조국통일’이나 ‘북반부’와 같은 통일 관련 표현을 모두 삭제했으며, 처음으로 영토 조항을 신설해 북한 남쪽에 ‘대한민국’이 위치한다고 명시했다.
이는 북한이 법리적으로 처음으로 자신을 한반도 남부와 분리된 독립 국가로 규정하고, 한국의 공식 국호인 ‘대한민국’을 사용한 사례다. 이러한 변화는 북한이 통일 노선을 포기했다는 명확한 신호로 해석된다.
그동안 남북한은 상대를 흡수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무력 사용도 배제하지 않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북한이 통일을 포기하고 상대를 국가로 인정하면서 남북 대립의 근본 구조에도 변화가 생기게 됐다는 분석이다. 법적으로 한국전쟁은 아직 종전되지 않았으며, 현재까지 이어지는 것은 정전협정에 기반한 ‘차가운 휴전’ 상태다. 북한의 헌법 개정은 한반도가 진정한 종전 체제로 나아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향후 이는 일련의 연쇄 반응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다.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핵심 거점은 한국과 일본이다. 미국이 한국과의 동맹을 유지하는 주요 명분 중 하나는 북한의 침공 가능성에 대비해 한국 방위를 지원하는 데 있다. 따라서 북한이 더 이상 통일을 언급하지 않게 된 것은 한미동맹의 존재 가치를 상당 부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볼 때 북한의 이러한 움직임은 결과적으로 미국 진영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효과를 낳을 수 있으며, 이는 중국에 매우 유리하게 작용한다. 다시 말해 김정은이 추진한 헌법 개정을 통해 북한은 중국 입장에서 최고지도자가 직접 방문해 주요 현안을 논의할 가치가 있는 국가로 자리매김하게 됐다는 것이 홍콩01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