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중국 공항에서 압수된 불합격 보조배터리가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버젓이 판매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나 사회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애초 민항국의 새 규정은 항공 안전 강화를 위한 조치였지만, 결과적으로 전자 폐기물 불법 유통이라는 그늘을 노출했다는 지적이다.
중국 민항국은 지난 6월 28일부터 3C 인증 마크가 없거나 표시가 불명확한 보조배터리, 리콜 대상 기종을 전면 기내 반입 금지 품목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다수의 승객이 불합격 배터리를 공항에 두고 갈 수밖에 없었는데, 이들 제품이 처분되지 않고 중고 플랫폼 ‘셴위(閑魚)’, ‘핀둬둬(拼多多)’ 등에서 대거 판매되고 있는 정황이 포착됐다. 일부 판매자는 “공항 압수품”이라며 출처를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특히 광둥성 둥관의 한 회수 업체 관계자는 “원하면 5,000개도 공급할 수 있다”라며 막대한 이윤 구조를 시사했다. 원칙적으로는 ‘회수·분해’ 명목으로 공항에서 매입한 뒤 폐기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분해 절차 없이 중고 시장으로 유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는 길거리 상점이나 지방 소도시 휴대전화 판매장으로까지 흘러들고 있으며, 주요 소비자는 저가 제품을 찾는 학생층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불법 유통이 단순한 중고 거래를 넘어, 안전과 환경에 직결되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보조배터리 내부의 리튬전지는 부적절하게 처리될 경우 발열·폭발 위험이 크다.
실제로 항공기 내에서 보조배터리 발화 사례가 수차례 보고됐으며, 주요 브랜드가 리콜을 단행한 바 있다. 그런데도 이른바 ‘재활용’ 명목 아래 유통되는 것은 사실상 ‘시한폭탄’을 방치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번 사태는 전자폐기물 관리의 허점을 드러냈을 뿐 아니라, 순환 경제의 이름으로 포장된 도덕적 일탈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안전 폐기 비용을 회피한 불법 업체들이 막대한 차익을 챙기면서, 정규 회수업체는 높은 처리비용 때문에 경쟁에서 밀려나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상황이 심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강력한 단속과 법제 개선 ▲생산자 책임 강화 및 투명한 처리 공개 ▲소비자의 환경 의식 제고와 합법 채널 이용 등을 해법으로 제시한다. 독일의 WEEE 지침처럼 제조사가 제품 설계 단계부터 재활용성을 고려하고, 회수·처리를 의무화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저가 보조배터리의 유혹은 결국 소비자 자신과 사회 전체에 위험을 떠넘기는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제품 불법 유통을 넘어, 환경과 안전, 그리고 미래 세대의 부담을 가중하는 문제로 인식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